오타루는 삿포로에서 열차로 30~50분은 거리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오갱끼데스카? 라는 대사를 기억에 남긴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되어
설경의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아침 일찍 삿포로역에서 JR열차를 타고 오타루가 있는 서쪽방향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열차에서 보이는 바다 ...
해안가에 가까이 달리는 열차 창 밖으로 낯선 바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도착한 미나미 오타루역(南小樽駅)은 쇠락해 보이기까지 하는 오래된 역이다.
이 곳에서부터 걸어서 오타루역까지 한나절간의 도시 여행을 시작한다.
오타루 하면 오르골당이 유명하다.
100년이 넘는 목조건물을 활용해 아나로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르골당
이 곳은 삐그덕 거리는 마룻바닥과 깊게 배어나오는
오래된 나무 목재 냄새가 인상적이다.
오래된 목조건물에서 공부 했던 고등학교 적 맡아 보았던 바로 그 찌든 냄새가
오래된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오타루는 우리나라 군산과도 비슷하고 인천과도 비슷하다.
근대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고, 항구 도시라는 점에서 동일점을 찾을 수 있다.
오래된 중국식 가옥도 눈에 띈다.
과거 을지로에 있었던, 철공소 상가골목이 생각났다.
2층 건물 혹은 단층 건물에 요란한 선반기계 돌아가는 소리,
아저씨들이 목장갑을 끼고 부산하게 돌아다니던 그 골목의 모습들...
아까부터 머리 위를 맴돌던 까마귀 한마리가 남포 위에 앉았다.
가까이 다가가 놈의 크기를 가늠해본다. 서울의 비둘기나 까치보다
갑절은 더 커보이는 까만 몸집이 이방인에게는 위협적으로 보인다.
오타루는 바다에서 이어지는 운하가 있다.
운하를 중심으로 늘어선 오래된 선창가에는 낡은 창고들이 늘어서 있다.
이런 오래된 창고들은 대부분 미술관으로 혹은 공방으로,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인력거는 오래된 건물 사이를 달리면서
제법 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150년 된 창고를 개조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작은 아이가 노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주문한 함박스테이크 ... 빵가루와 쇠고기 돼지고기가 섞인 패티를 낮은 온도에서 구워냈다.
배가 고팠는지 온가족이 각각 곱배기를 시켜, 밥알까지 남김없이 모두 흡입해버렸다.
밥먹는 동안 완성한 그림 ... 제목 책상 위
설거지까지 걱정하면서 그림으로 상상을 그려내고 있다.
운하의 끝을 돌아 걸어온 길을 바라보았다.
길에서 우연히 가마우지 한 마리를 만났다.
길게 목을 빼고, 날개를 펼쳐보이며, 멀리서 들어오는 보트를 바라보고 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차도에서 먹이를 쪼고 있다.
일본의 까마귀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차량도 앞에 있는 까마귀를 어찌하지 못해 스스로 비켜설 때까지 기다리기 일쑤다.
공원에서 방과 후 아이들이 책가방을 가지런히 모아놓고,
뭔가 하고 있다.
다시 걸어서 오타루역으로 가는 길에 시장에 들렀다.
일본은 어느 도시를 가든지, 시장들이 대부분 아케이드화 되어 있다.
비를 피해 쇼핑을 할 수 있고, 잘 정 돈되어 보기에 정갈하지만,
지역별 시장들이 모두 다 똑같아 보이고, 각각의 특색을 잃어가는 것 같아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에 우리 전통시장도 이런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꼭 참고해야할 부분이다.
역에서 바라본 오타루시내
더이상 운행하지 않는 오래된 철길에서 추억을 만드는 일본 학생들
오타루 역 플랫폼에서... 다시 삿포로로 돌아간다.
삿포로에서 저녁을 먹는다.
나카시마공원 역 근처, 기린 맥주박물관에서 양고기 뷔페를 주문한다.
극장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은 연기흡입구조차 없어
고기 구운 연기로 자욱하다.
오래 근무한 알바생들은 폐암 걸려 죽을 것만 같다.
함께 주문한 크림거품 생맥주로 하루를 정리한다.
아이들은 마트에서 사온 푸딩으로 ...
일본 푸딩은 마트에서 구입한 것도 고급지게 맛있다.
한나절간의 인근 도시 오타루로의 여행 ...
영화 러브레터에서 보던 감수성과는 무관한 도시 풍광에 의아했지만,
그래도 보존을 하려는 일본인들의 각고의 노력이 엿보였다.
오르골당에서 화려한 오르골 소리에 빠져
수 십 만원에서 백만원이 넘는 제품을 두고,
수명이 얼마 안남은 늙은 장인의 명품이라는 말에 넘어가 살 뻔했다.
가치는 인정한다 치더라도 같은 곡만 무한하게 반복해 들어야하는
오르골의 단점이 매력을 반감시켜버렸다.
다음에 더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이 곳에 들를 일이 있다면,
손녀를 위한 오르골 하나쯤은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효율과 효용을 더 중시하는 내 나이에 오르골 상자는 그저 짐일 뿐이다.
하지만, 일본의 정밀 공업과 소도시의 아나로그적인 감성을 지켜내는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