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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여수, 순천 여행

에비뉴조병구 2016. 6. 7. 12:57

 

 

 

단 하루 여수, 순천 여행

 

 

20년만의 남도 여행

 

젊던 시절 호기 좋게 혼자 다녔던 곳을 이제는 잘 안가게 된다.

 

 

오래된 일들이라 희미하지만, 열차로 시외버스로 차편 따라다니던

고생을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간에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수 엑스포가 있었고, 순천만 정원박람회가 있었고...

 

 

막대한 자본으로 꽃치장 했을 것 생각하면

왠지 MSG로 가장 대중적인 맛을 낸 기사식당 백반 같아

더 안찾게 되는 비슷한 편견에 사로 잡혀있었다.

 

 

그래도,

 

 

새벽나절 아내와 작은 딸을 태우고, 3시간여 고속도로를 달려서

계획에 없던 남도 여행을 감행했다. 

 

 

 

여수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돌산공원,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 바라본 거북선대교

 

여수여행은 케이블카로 시작한다.

 

여수 케이블카는 돌산도와 오동도 입구를 연결하고 있다.

 

연휴 아침나절 케이블카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케이블카 길이로 보면 통영 미륵산보다 짧지만 나름 아기자기하고, 

여수에서 여행동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오면 , 오동도까지 방파제길의 처음과 끝을 볼 수 있다. 

 

 

오동도 입구에 있는 엠블호텔과 선착장

 

오동도 초입에 도착했다.

 

 

오동도 산책길, 대나무가 싸리문처럼 연결되어 그늘을 만들고,

바람에 대나무 잎사귀가 비비적대면서 소리까지 시원하다. 

 

오동도 용굴 ... 용이 드나들었다는 전설이 있던 이 곳은 흡사 여성의 은밀한 모습과도 닮았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갯바위가 내려다 보인다.

 

낚시터에서 바라본 남해의 끝자락

 

오동도를 나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도로 이동하는 길

 

멀리 돌산대교가 보인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같아보인다.

 

길게 도열된 불법 주차 행렬

 

 

만성리 검은 모래해변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른 점심을 먹고,

 

순천으로 향한다.

 

순천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

 

낙안 읍성은 민속촌이 아니라,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마을이다.

 

봄꽃이 만개했고, 구불구불한 황토색 길을 따라 연결된 초가지붕이 동화적으로 정겹다.

 

마을 입구에 있는 공연장에서 국악공연이 한창이다.

 

성곽 위를 걸으며...

 

낙양읍성은 임진왜란 때 백성을 구하기 위해 만든 성이다.

 

왕이 아닌 백성을 구하기 위해 만든 우리 역사 상 유일한 방벽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마치 오래 전에 할머니가 사셨던 시골집 같다. 

 

세월을 버텨낸 고목이 힘겹게 바람을 이기고 서있다.

 

대부분 초가집은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초가집에서 하루밤은 어떤 느낌일까?

 

다시 바쁜 길을 달려 순천만 습지에 오후 5시경 도착했다.

 

순천만은 10월부터 4월까지 철새들의 도래 시기는 폐장을 한다.

그리고, 저녁 7시까지만 개장하는 탓에 요즘 같은 낮이 긴 철에는 낙조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물이 많이 빠졌다고 하지만, 광활한 하천의 끝자락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강을 타고 멀리서부터 흘러 내려온 비옥한 진흙. 그 위에 갈대 숲이 푸르게 우거져 있다.

 

사람들은 양 갈래로 갈라진 출구와 입구

 

여기에서부터 습지의 긴 산책길을 돌아볼 수 있다. 

 

푸른 갈대 숲은 흡사 농부가 김을 매어 놓은 논두렁 벼이삭 같고, 겨우내 밟아놓아 이제야 슴슴하게 자라올라온 보리이삭 같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구름이 흘러간다.

 

바람소리에, 일렁이는 갈대소리에 황홀한 청량감에 젖는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빛내림으로 해 지는 뱡향을 겨우 유추할 수 있었다.

 

용산 전망대까지 왕복 40분, 다행이 폐장시간까지 1시간 남았다.

 

오름은 나즈막하여 숨을 헐떡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노상에 핀 이름모를 꽃에 시선을 잠시 빼앗긴다.

 

중간쯤 올랐을까, 작은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배낭에서 생수를 꺼내 목을 축였다.

 

정상에 올라, 시야 넓게 펼쳐진 순천만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다시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가볍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

 

몰아치던 바람에 이내 갈대가 누워버렸다.

 

다시 나가는 길에서

 

연못 한 켵에 사진 찍기 좋도록 나룻배를 매어 놓았다.

 

 

< 에필로그 >

 

당초 숙박 예약없이 떠난 터라, 불안하긴 했지만,

 

가서 잡히는 대로 숙소를 잡고 한 밤 자면서

 

유행가 노래말 속 여수 밤바다도 카메라에 담고,

 

레일바이크 타며 해변을 조망하고,

 

돌산도 아래 금오도까지 배를 타고 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연휴에 몰려온 여행객을 모두 담기에 여수는 너무 작았다.

 

오후 2시경, 어딜가도 오늘 해볼 수 있는 것은 없을거라는

 

현지 안내소 직원의 무미건조한 응대에 이내 실망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

 

 

 

 

오후 들어 기대 없이 들렀던 낙안 읍성에서

 

조선시대 반가가 아닌 민가를 처음 마주하고, 

 

지푸라기를 태워 가마솥 밥 뜸을 들이던 시골,

 

아궁이 연기가 오래도록 배어서 묵혀진 초가의 이응 냄새를 맡으면서

 

기억도 잘 안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 손잡고 시골 골짜기 할머니댁에 다녀왔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리고,

 

 

순천만에서는 넓디 넓게 펼쳐진 평원 위에서

 

우리 국토의 다채로움에 감명 받았다.

 

 

 

여행 끝에 남는 기대 섞인 아쉬움은 설레임을 이끌어낸다.

 

유전자 속의 텔로미어처럼 짧아지던 설레임이

 

이런 작은 충격으로도 되살아날 수 있다면

 

아직 나는 죽음으로부터 멀다 할 수 있다.

 

 

- 끝 -